
탄저균 잘못 배달된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
살아있는 탄저균이 잘못 배달된 경기도 평택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 상공에서 28일 오후 '탱크 킬러'로 유명한 지상 공격기 A-10기가 착륙을 준비하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27일 오산 공군기지에서 탄저균으로 의심되는 표본의 노출 가능성을 조사하기 위한 신중한 예방조치를 실시했다"면서 "오산 공군기지에 있는 응급격리시설에서 탄저균 표본을 폐기 처분했다"고 밝혔다.
"탄저균 100㎏ 대도시 상공 살포시 최대 300만명 사망"
"北생물무기 공격대응 백신 개량" vs "자체 생물무기 개발의혹"
주한미군이 오산 공군기지에 탄저균 실험 시설을 갖추고 오랫동안 실험을 해온 것으로 드러나 그 의도에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오산기지 실험실의 존재는 미국 국방부가 28일 유타 주의 군 연구소에서 부주의로 살아있는 탄저균 표본을 주한미군 기지로 배송했다는 사실을 발표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주한미군 측은 이 탄저균 표본을 가지고 오산기지의 '주한미군 합동위협인식연구소(ITRP)'에서 배양 실험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실험요원 22명이 노출됐다고 한다.
현재 실험 요원 중 감염증상을 나타내는 사람은 없다고 주한미군 측은 설명하고 있지만, 자칫 실험 요원뿐 아니라 기지내 장병과 민간인의 목숨까지 위협할 뻔한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오산기지 내 ITRP에서 왜 탄저균 실험을 해왔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북한군의 생화학무기 공격에 대비해 주한미군의 탄저균 제독 기술 능력을 높이고 백신 개량을 위한 목적에서 실험이 이뤄졌을 것이란 주장과 함께 유사시를 대비해 생물무기를 자체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등의 관측이 나오고 있다.
주한미군은 2천500~5천t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탄저균 등 북한군의 생화학무기 공격에 대응해 백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는 탄저균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
온난화 현상이 뚜렷한 한반도 기후환경에 따른 탄저균의 내성에 대비해 지속적인 실험을 통해 제독 능력과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오산기지 내에 비밀 실험시설을 갖춰 놓은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주한미군 측은 실험 목적을 밝히지 않은 채 "(이번에 배송된) 탄저균 표본은 오산 공군기지 훈련 실험실 요원들이 훈련하면서 사용했다"면서 "훈련은 정상적인 관리 절차에 의한 정례적인 실험실 규정에 의해 시행됐다"고 설명했다.
미군 측에서 이렇게 석연찮은 해명을 내놓자 일각에서는 생물무기를 개발하려는 목적에 따라 실험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그래픽> 탄저균이란 무엇인가
미군이 살아있는 탄저균을 다른 연구기관으로 보내는 사고가 발생했다. 미국의 9개 주는 물론, 주한미군 기지로도 탄저균 표본이 보내졌다.
탄저균은 1995년 일본에서 실제 살포됐고, 2001년 미국에서 탄저균이 묻은 편지를 발송해 22명이 감염되고 5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생물무기로서의 이용 가능성이 제기됐다.
탄저균은 사람이나 동물의 체내에 침입하면 독소를 생성해 혈액 내의 면역 세포를 손상해 쇼크를 유발하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한다. 이 때문에 탄저균은 살아있는 상태로 옮기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특히 탄저균 100㎏을 대도시 상공 위로 저공비행하면서 살포하면 100~300만 명이 사망할 수 있으며, 이는 1메가톤(Mt)의 수소폭탄에 맞먹는 살상 규모라고 한다.
이런 살상력을 가진 살아 있는 탄저균이 이번에 주한미군에 얼마나 배송됐는지에 대한 정보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우리 국방부나 외교부, 질병관리본부 어느 쪽에서도 미군으로부터 어떤 정보를, 어떤 경로를 통해 받았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올해 말 목표로 생물학전과 생물무기 테러 등에 신속히 대응하도록 미측과 '공동 생물무기 감시포털'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지만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포털 체계에는 미국 국군건강감시센터가 보유한 전 세계 전염병과 풍토병 등에 대한 질병감시정보가 탑재된다. 미 육군 감염병연구소가 확보한 탄저, 두창, 페스트, 야토 등 10여 가지의 위협적인 생물학 작용제의 백신 정보도 실시간 공유된다고 한다.
국방부는 탄저균 감염자를 치료하는 항생제(시프로플록사신, 독시사이클린)를 보유하고 있으며 질병관리본부가 내년을 목표로 연구 개발 중인 탄저균 백신이 나오면 이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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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한미군기지 포함 9개州에 탄저균 배달…처리완료”
미군 시설에 보관 중이던 살아있는 탄저균이 실수로 미국 내 9개 주(州)와 주한 미군기지에 보내진 것으로 확인됐다.
미 국방부는 27일(현지시간) 유타주의 미군 생화학 병기 실험소에서 보관하고 있던 탄저균이 실수로 주한미군 오산기지와 미국 내 민간 연구소에 보내졌으며 아직까지 이로 인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스티븐 워런 국방부 대변인은 "탄저균이 실수로 살아있는 상태에서 미국 내 9개 주와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로 배달됐다"며 "보내진 탄저균 샘플들은 적절한 절차에 따라 파괴됐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적인 예방조치를 위해 현재 모든 군 연구시설에 보관 중인 탄저균의 배달을 중지한 상태"라며 이번 사고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배달 중지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탄저균이 배달된 곳은 오산기지를 비롯해 메릴랜드, 텍사스, 위스콘신, 델라웨어, 뉴저지, 테네시, 뉴욕, 캘리포니아, 버지니아 등이다. 생화학 무기로 사용되는 탄저균은 전염성이 높기 때문에 죽은 상태에서만 배달할 수 있다.
이번 배달 사고는 탄저균을 받은 메릴랜드의 한 연구소가 지난 23일 이 사실을 국방부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국방부가 이번 사고로 인한 탄저균 감염이 확인되거나 의심되는 환자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탄저균이 배달된 연구소나 군기지 내의 연구원이나 직원들이 적절한 예방조치를 받았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관계자는 "예방차원에서 민간인 4명에게 백신과 항생제 등 2종의 투여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피츠버그 의대의 아메시 아달자 박사는 "탄저균은 매우 위험한 물질이기 때문에 이를 다루는 연구원들은 백신을 투여 받아야만 한다"며 "만일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이 탄저균에 노출되면 신속하게 사후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국방부 발표 후 신속하게 사고 대응에 나섰다. 케이시 하든 CDC 대변인은 "이번 사고로 배달된 모든 탄저균 샘플은 안전하게 CDC로 이송됐다"며 "현지 조사를 위해 CDC 관료들을 탄저균이 배달된 연구소들로 파견했다"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는 그간 종종 탄저균 배달사고가 일어났다.
지난해 7월에는 보호장치가 없어서 살아있는 탄저균 연구가 허가되지 않은 한 CDC 소속 연구소에 탄저균이 배달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70여명의 연구원이 살아있는 탄저균에 노출됐지만 적절한 사후 조치로 감염 증상을 보인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3월에는 한 CDC 연구원이 탄저균은 아니지만 고병원성 변종 조류독감 병원균을 약한 병원균으로 착각해 배달하는 사건을 일으키기도 했다.
미군 국방첨단과학기술연구소 소장을 지낸 스티븐 모스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이 같은 사고는 절대 발생하면 안 되는 일"이라며 "탄저균과 같은 위험한 병원균을 다룰 때는 모든 과정에 반드시 2인 이상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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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탄저균 배달받은 '오산공군기지'
미국에서 살아있는 탄저균이 배달된 주한 미군 오산공군기지는 경기도 평택에 있는 대한민국 공군과 주한미군의 연합 기지다.
위치는 평택이지만 영어 철자수가 적고 영어 발음이 평이한 '오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현재 기지에는 주한 미군의 제7공군, 제51전투비행단 등 공군은 물론 육군과 대한민국 공군의 작전사령부 등이 주둔하고 있다. 주한 미군의 제7공군이 기지의 관리 주체다.
미국 정부 요인들이 대한민국을 방문할 때 오산공군기지를 관문으로 이용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대한민국 방문 시 기지를 이용하며 최근에는 지난달 9일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이 기지를 이용해 방한했다.
2000년부터는 해마다 오산공군기지에서 대규모 항공축제인 '오산 에어파워데이'가 개최되고 있다. 2008년부터 민간인들에게 공개됐으며 입장료는 무료다.
한편 미국 국방부는 유타주의 군 연구소가 부주의로 살아있는 탄저균 샘플을 미국 내 9개 주에 있는 타 연구기관과 주한 미군 오산공군기지에 냈다고 28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