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뉴욕타임스는 ‘대마초(마리화나) 금지법을 폐지하자’며 공론화에 나선 바 있다. 이미 미국 상당수의 주정부는 의료용 대마초는 물론, 오락용 대마초를 합법화했다.
우루과이, 미국뿐만이 아니다. 유럽에서도 대마초를 법으로 금지하지 않는 나라가 적지 않다.
한국에서도 드물게나마 꾸준히 논쟁이 이어져왔지만, ‘대마초 합법화’는 아직 먼 이야기다. 여전히 대마초는 ‘마약’으로 분류돼있고, 재배는 물론 대마초를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대마초를 합법화 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왔다. 대마초를 마약으로 볼 수 없다는 것.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마리화나의 중독성은 술이나 담배보다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담배를 피우는 것과 다를 바 없고 알코올보다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마초는 정말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마약일까? 미국 온라인매체 ‘MIC’이 정리한 ‘대마초에 대한 8가지 거짓말’을 바탕으로 대마초에 대한 오래된 오해들을 정리했다.
1. 대마초는 ‘입문용 마약’이다?
대마초가 위험하다는 주장의 논거 중 하나는 대마초가 ‘입문용 마약(게이트웨이)’이라는 것이다. 즉, 대마초를 피우기 시작하면 더 강한 중독성 약물을 찾게 되고, 곧 코카인이나 헤로인 등을 찾게 된다는 것.
그러나 이런 주장에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 미국 과학아카데미 산하 의학연구소(Institute of Medicine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는 1999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대마초가 다른 마약의 사용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과관계에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또 미국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대마초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사람 대부분은 코카인이나 헤로인에 손을 댄 적이 없었다.
대마초가 ‘입문용 마약’으로 오해받는 건 대마초의 성분 때문이 아니다. ‘불법화’ 때문이다. 대마초를 판매하는 마약 딜러들이 대마초와 함께 다른 마약을 권하기 때문이라는 것. 대마초가 ‘게이트웨이’인 게 아니라 음성적으로 대마초를 판매하는 딜러들이 ‘게이트웨이’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대마초는 죄가 없다]를 쓴 정현우 씨는 “대마는 중독되지 않는다. 누구든 중독된 자가 있다면 내게 돌을 던지라”고까지 말한다. 정 씨는 대마초를 피우기 시작하면 헤로인이나 코카인 같은 강성 마약에 빠지기 쉽다는 이른바 관문론에 대해 “포도주 애호가들이 모두 더 취하려고 위스키나 보드카에 빠져들지는 않는다”고 반박한다. (슬로우뉴스 7월16일)
2. LSD나 헤로인만큼 위험하다?
통계에 따르면, 2010년, 미국에서는 3만8329명이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했다. 진통제로 인한 사망자 1만6651명을 포함해 의약품으로 인한 사망자는 2만2134명이었다. 2만5692명은 과다 음주로 사망했다. (간 질환이나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자를 포함하면 매년 8만8000명이 술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
그러나 어떤 조사에서도 대마초 과다흡연으로 인한 사망자는 밝혀진 바 없다. 현실적으로 치명적인 수준에 이를 만큼 THC(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 대마초의 주성분)을 섭취하려면 최소 21킬로그램의 대마초를 한꺼번에 피워야 한다.
심지어 미국 국립 약물남용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Drug Abuse)마저도 ‘대마초의 과다복용은 불가능하다’고 인정했다.
3. 자동차 사고를 유발한다?
다른 불법 마약과 비교했을 때는 물론이고 술과 비교했을 때도 대마초는 자동차 사고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4년 ‘사고분석과 예방(Accident Analysis and Prevention)’ 저널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대마초를 사용한 운전자의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는 근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술이나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s)의 위험성이 발견된 것과는 다르게 말이다.
지금까지 발표된 내용을 봤을 때 대마초 때문에 교통사고가 증가한다는 명확한 근거는 아직 없다.
4. 범죄율이 높아진다?
대마초를 합법화한 콜로라도주 덴버의 범죄율은 이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몇몇 지역에서는 오히려 범죄율이 감소하기도 했다.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 학술지 ‘Plos One’에 발표된 한 논문에는 1990년부터 2006년까지 대마초가 합법화된 지역의 범죄율을 관찰한 연구 결과가 소개됐다. 논문에 따르면, 살인이나 폭행 등 강력범죄의 발생율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대마초 합법화가 범죄율 감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대마초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범죄율이 늘어난다는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는 사실이다.
5. 게으르게 만든다?
대마초 반대론자들이 인용하는 연구 중 하나는 ‘대마초가 근로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내용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반복적으로 대마초를 피우는 사람들은 가끔 대마초를 이용하는 사람이나 전혀 대마초를 피워본 경험이 없는 사람에 비해 직무 관련 질문에 대한 질문에서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 연구조차도 대마초가 근로의욕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라고 단언하지는 못했다. 대마초를 피우는 집단의 사회적 환경과 근로의욕 사이에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것.
설령 대마초가 근로의욕을 저하시키는 데 직접적인 연관을 미친다고 가정하더라도,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는 다른 요인들 중 하나일 뿐이다.
뿐만 아니라 흔히 성공을 거뒀다고 알려진 사람들 중 상당수는 한 번쯤 대마초를 피워본 경험이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클레런스 토머스 연방대법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CEO,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바로 그들이다.
6. 중독성이 높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게재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마초는 니코틴이나 알콜, 심지어 카페인보다도 중독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국립 약물남용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Drug Abuse)가 8000명 넘는 15~64세 대상자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마초 이용자 중 오직 9%만이 의존증 현상을 보였다. 이는 술(15%), 코카인(17%), 헤로인(23%), 담배(32%)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한때 대마초 반대론자였다가 입장을 바꾼 CNN 의학전문 기자 산자이 굽타는 “대마초가 남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의료인으로 통하는 굽타는 11일 피어스 모건의 대담프로에 출연, 마리화나에 대한 인식 부족과 경솔한 접근으로 대중을 오도하는 잘못을 저질렀다며 사과했다.
(중략)
그는 오랜 조사 결과 마리화나가 중독에 빠질 위험성이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합법적인 의료 목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며 그 사례로 드라벳증후군을 앓는 콜로라도주의 샬럿 피지(7세)를 소개했다. (연합뉴스 2013년 8월12일)
7. 합법화되면 대마초 흡연이 크게 늘어난다?
1900만~2500만명에 달하는 미국인들은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대마초를 피운다고 밝혔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상당수의 지역에서 여전히 대마초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반면 대마초 합법화는 대마초 흡연율에 매우 적은 영향을 미치거나 아무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마초 합법화로 인한 흡연율 증가는 무시해도 될 정도의 수준이지만, 합법화로 인해 줄어드는 처벌 비용(형사 처벌 및 교정 시스템)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2001년 발표된 또 다른 연구에서는 ‘체포나 구금의 위협이 대마초 보급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대마초를 정기적으로 피우는 사람 중 54.2%는 ‘몇 달에 한 번씩’ 피운다고 답했고, 매일 피운다는 사람은 불과했다.
줄담배는 피울 수 있지만 줄대마초는 피울 수 없다. 대마초는 한 대를 말아서 두세 명이 나눠서 피우고도 1시간 이상 효과가 계속된다. 한 대만으로도 효과가 충분히 오래 지속한다. (중략) 니코틴은 중독을 부르지만, 대마초는 취향과 습관은 있을지언정 중독은 없다. (슬로우뉴스 7월16일)
8. 의료용으로도 효과가 없다?
미국 의학전문 뉴스사이트 ‘WebMD’에 따르면, 의사 중 69%는 의료용 대마초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양학자와 혈액학자 중 82%는 의료용 대마초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권위있는 의학저널인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게재된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72개국 (북미 56개 지역 포함) 출신 의사 1446명 중 76%는 의료용 대마초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현재 대마초는 진통제, 각종 경화증, 만성질환으로 인한 식욕부진과 체중감소, 발작 질환, 크론병 등의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대마초의 성분이 알츠하이머 치매를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대마초가 불법으로 남아있는 한, 환자는 치료제를 구할 수 없고 의사들은 치료법을 연구할 수 없게 된다.
마리화나의 주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HC)이 알츠하이머 치매 진행을 억제할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사우스 플로리다 대학 알츠하이머병 연구소의 신경과학자 차오촨하이 박사는 THC 극소량으로 치매의 원인으로 알려진 뇌세포의 독성단백질 아밀로이드 베타의 생산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과학뉴스 포털 피조그 닷컴(Physorg.com)이 28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8월29일)
미국 남부 조지아주에서 한 경찰관이 마리화나(대마초) 합법화의 '전도사'로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애틀랜타 경찰국 소속인 크리스 클라크 경사는 최근 지역 방송인 WSB에 출연해 의료용 대마초를 허용해달라고 정치권에 호소했다.
(중략)
26년간 길거리에서 마약단속을 해온 경관이 대마초 합법화 투쟁에 발벗고 나선 것은 10살 된 아들 케이든 때문이다.
케이든은 태어날 때부터 약물로 경련을 억제할 수 없는 중증 간질(뇌전증)을 앓고 있다. 발작 유발 부위로 의심되는 뇌의 환부를 잘라내는 수술까지 받았지만 차도가 없다.
아들이 더 큰 고통에 시달리자 클라크 경사는 대마초 치료에 마지막 희망을 걸기로 했다. (연합뉴스 1월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