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스토닝', 침묵 가득한 세상에 돌을 던져라
1986년 이란의 작은 마을, 억울하게 간통죄를 뒤집어 쓴 한 여인의 처형식이 진행됐다. 여성의 죄는 여성 스스로 무죄임을 증명해야 하는 이슬람 법 제도에 따라 여성은 스스로를 구원 해야만 한다.
스스로를 구원하지 못한 여인은 무죄라는 것을 알고 있는 증인이 있어도 1976년 이후 제정된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로 인해 사형 당할 수 있다.
사형 죄목은 간통이며 형벌은 스토닝(돌팔매형)으로 사람들이 마을 광장에 그녀가 도망가거나 피할 수 없게 허리까지 땅에 묻어 놓은 상태에서 그녀의 목숨이 끊어질 때까지 돌을 던져 죽이는 것을 말한다.
이란의 쿠파이예 마을, 여명이 트는 새벽길을 어디론가 황급히 발길을 옮기는 여인이 있다. 그녀는 강가에 도착하여 모래위에 흩어져있는 작은 뼈 조각을 모아 강물에 씻고 모래를 파서 정성스레 묻는다. 그녀의 이름은 자흐라(쇼레 아그다쉬르)이다.
그 시각, 차를 몰고 마을을 지나려던 프랑스 저널리스트인 프리든 사헤브잠(제임스 카비젤)이 냉각장치 과열로 차가 고장이 나서 어쩔 수 없이 차를 고치러 쿠바이예 마을에 온다.
차를 고치는 동안 카페에서 쉬려는 그에게 자흐라가 “당신이 꼭 들어야 할 사실이 있다””며 그에게 접근한다. 그런데 마을의 시장과 성직자 하산은 그녀가 미친 여자라면서 그를 저지한다. 낯선 사람을 감시하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그녀의 집을 찾아간 그는 간곡한 그녀의 목소리를 녹음기에 담기 시작한다.
그 내용은 바로 어제 그 마을에 일어났던 일로 자신의 조카인 소라야가 왜 돌팔매형으로 살해되었는지 충격적인 그녀의 증언이 시작된다. 아이 넷을 키우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소라야(모잔 마르노)의 결혼생활은 남편 알리(나비드 네바간)의 폭력과 폭언으로 불행하지만 자식들 때문에 참고 살아간다.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살아가는 독립적인 이란 여성인 자흐라는 그런 소라야에게 사랑과 희망을 주는 어머니 같은 존재이다.
그러나 남편 알리는 교도소 간수라는 권력을 이용하여 사형수의 딸인 14살의 새 신부와 결혼하기 위해, 또 소라야에게 위자료를 주지 않고 이혼하려고 마을 사람들을 선동하여 잔혹한 연극을 꾸민다. 그것은 소라야에게 간통죄를 뒤집어 씌워 스토닝, 즉 돌팔매형으로 처단하려는 음모이다.
알리의 그릇된 탐욕으로 시작된 잔혹한 연극에 휩쓸린 마을 사람들은 알리의 음모를 알고 있는 자흐라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집단적인 암묵으로 소라야를 처형한다.
“위선자처럼 행동하지말라. 큰 소리로 코란을 인용하면 자신의 흉계가 감춰지는 줄 착각한다.”라는 14세기 이란 시인 하페즈의 구절로 시작되는 '더 스토닝(The Stoning of Soraya M.)'은 충격적인 실화를 소설로 옮긴 이란계 프랑스 저널리스트 프리든 사헤브잠 원작의 '더 스토닝 오브 소라야 M.'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전 이란 대사의 아들인 프리든 사헤브잠은 이란 정부의 그릇된 행태와 아직도 은밀히 자행되고 있는 악덕 관습들을 세상에 알리는 교두보 역할을 해왔다. 그는 이 영화의 도입부처럼 1986년 이란의 작은 마을에서 만난 낯선 여인 자흐라의 생생한 증언을 듣고 사건을 파고들기 시작하여 수많은 증언과 사례 정황을 통해 1990년 '더 스토닝 오브 소라야 M.'을 출간하였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소설을 읽은 사이러스 노라스테 감독은 이웃과 가족들에게까지 외면당하며 가혹하게 희생된 여인 소라야의 이야기에 분노가 치밀었고 이러한 부도덕한 행위가 종교를 면죄부 삼아 무차별적으로 행해졌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 2008년에 영화화하였다.
“누군가는 이 이야기를 세상에 알려야하고 진심으로 세상의 모든 이들이 알아야한다고 생각한다”라는 사이러스 노라스테 감독의 제작의도는 참혹한 진실을 알리기 위해 침묵을 깨트린 목격자인 자흐라의 대담한 용기를 통해 각인된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소라야가 돌팔매형으로 살해당했다는 결말이 처음부터 제기되어 시종일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계속 긴장감을 고조시키면서 관객들의 가슴을 조인다. 처음엔 남편 알리의 잔혹한 연극이 실현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전과자 출신인 성직자의 약점은 물론, 시장과 마을 사람들 개개인의 딜레마와 갈등을 부추기는 알리의 계략으로 결국 돌팔매형을 당하는 소라야를 지켜보는 것은 외면하고 싶은 참혹한 진실이며 실화라는 기막힌 사실에 충격과 분노에 사로잡히게 한다. 특히 마을 사람들 전체에 의해 행해지는 돌팔매형의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처형장면은 이 영화의 정점으로 처절한 리얼리티로 야만적이면서 원시적인 형벌을 부각시킨다.
더욱이 소라야의 친아버지와 소라야의 두 아들이 그녀에게 투석하는 장면은 가장 지독한 비인도적인 장면으로 눈뜨고 볼 수 없는 충격과 전율로 가슴을 짓누른다. 잔혹한 연극에 동참하여 신의 뜻이라는 명목 하에 돌팔매형이라는 집단살인을 저지르는 마을 사람들은 사건에 조금씩 휘말리며 인간성을 상실해 가고 다른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사건을 정당화시키고 함께 침묵한다.
모든 법이 남성위주이고 남자들의 세상인 그 마을 전체가 일심하여 거짓을 방조하는 행위는 중세의 마녀사냥은 물론, 매카시즘을 연상시키며 특정인에 대한 집단의 공격사태라는 관점에선 어느 곳에서나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라는 공감대를 느끼게 해 준다.
이란 영화가 아니라 페르시아어와 영어가 혼합된 이 할리우드 영화의 포인트는 가슴 통렬한 메시지와 실제 인물 같이 역할에 흡수된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에 있다. 마을을 관통하며 사건의 모든 것을 목격하고 침묵으로 묶인 쇠사슬을 과감히 끊어낸 용감한 여성 자흐라로 분한 이란 태생의 실력파 배우 쇼레 아그다쉬루는 2003년 '모래와 안개의 집'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라 헐리우드에서 명성을 얻었고 호소력 짙은 열연으로 세이트라이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잔혹한 음모에 휩쓸리는 소라야 역의 모잔 마르노는 죽음 앞에서도 굴하지 않는 강인한 여성의 면모와 자애로운 모성을 각인시켜 깊은 인상을 남긴다. 특히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예수 역으로 유명한 제임스 카비젤이 이 영화의 원작자이며 프랑스 저널리스트인 프리든 사헤브잠 역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프리든 사헤브잠은 영화의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스토닝(돌팔매형) 촬영일에 영화 현장을 방문하기로 약속했지만 바로 그날 75세의 나이로 서거했다. 2008년에 영화화되어 토론토 영화제를 비롯하여 다수의 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충격과 분노 사이의 경계에서 흐르는 실화라는 절박함”이라는 뉴욕 타임즈의 호평처럼 놓치기 아까운 비통한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