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주영에 “이명박 조심하라”했는데...
박정희 대통령이 과거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에게 "이명박을 조심하라"고 경고한 내용이 담긴 외교 전문을 <위키리크스>가 폭로했다.
재미언론인 안치용씨는 주한미대사관의 외교전문을 6일 확보해 보도했다. 이 전문은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가 대선을 10개월여 남겨둔 지난 2007년 2월2일 '대선후보 이명박'이라는 제목으로 미국 국무부에 타전한 것이다.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는 이 전문에 이명박 후보의 성장, 취업, 정치적 역정 등 이 후보에 대한 모든 것을 총 14개 항목으로 정리했다.
외교전문에 따르면, 이명박이 한일협정 반대 운동에 따른 투옥으로 고려대 졸업 뒤에도 취업을 못하자 박근혜 후보의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에게 심금을 울리는 편지를 썼다.
'운좋은 전환'이라는 항목에는 편지의 내용도 실려 있다.
"정부가 개인의 앞길을 막는다면 정부는 영원히 개인에게 큰 빚을 지게 될 것"이라는 내용은 청와대를 감동시켰고 청와대는 결국 이명박을 사면시켜주고 현대건설에 취직할 수 있도록 해줬다.
이후 이명박과 정주영 회장의 만남도 소개되었는데, 이 일화는 이명박 연설에서도 자주 회상했다고 보고했다.
그 내용은, 현대건설 취업 면접 자리에서 정주영 회장은 이명박에게 "건설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이명박은 "건설은 창조"라고 답했는데 정회장이 이 대답에 감명을 받아 그 후 많은 연설을 하면서 이 내용을 언급했다고 적었다.
그러나 더욱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박정희 대통령이 이명박의 현대건설 취업과 관련해 정주영 회장과 나눈 대화다.
박 전 대통령은 정 회장에게 "이명박을 조심하라(look out for him)"고 경고했는데, 정 회장을 이를 오인해 "이명박을 돌봐줘라(take care of him)"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둘의 이 대화가 이명박을 현대에서 고속승진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버시바우 대사는 분석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이 비화를 소개하며 제목을 '운좋은 전환'이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