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이왕 책봉
병합 조약(경술국치)이 이루어지고 며칠 뒤 일본 궁내성 이나바 시종이 한국 황제(순종)를 이왕(李王)에 봉한다는 조서를 전달하기 위해 조선으로 왔다. 사실 이것은 데라우치 백작(조선 총독부 초대 총독)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고 한다. 일본제국 미증유의 대업(한일 강제 병합)이 평화롭게 해결된 점에 대해 (일본)황족 한 분이 직접 왕림하시어 이왕가(대한제국 황실)에 대한 애정을 표하시고개소리 또한 조선민중에게 은혜를 내리시는 우리 황상(메이지 덴노)의 성스러운 뜻지랄을 확실히 전하고자 하는 그의 충심을 담은 요망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단시 시종을 파견하는데 그쳤기 때문에 데라우치 백작은 이에 대해 불만이 컸다. 그의 이러한 불만은 내가 시종 접대를 위한 모임 때문에 총독 관저에 도착했을 때, 데라우치 백작이 이렇게 격분해 말하는 것을 옆에서 직접 들어서 알 수 있었다.
"가쓰라(당시 일본 수상,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그 가쓰라 맞다) 는 대체 뭘 생각하고 있는거야, 이처럼 국가 미증유의 성대한 의식을 했다는데..."
조선 총독부 초대 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
일본 11대 총리 가쓰라 다로
또한 나중에 들으니, 조선 병합의 논공행상과 관련하여 가쓰라 수상이 공작에, 고바야시 외상(일본 외교부 장관)이 후작에 와타나베 궁내 대신이 자작에, 그 밖에 외무성과 궁내성의 관리에게 많은 포상이 내린 반면, 총독부에 내려진 포상은 아주 미미하여우리나라나 일본이나 고생은 현장에서 하고 포상은 위에서 받는건 똑같나보다 데라우치 총독이 자작에서 백작으로 올랐을 뿐 장관급은 이튿날 훈장을 바꾸어 다는 정도에 머무렀다. 데라우치 백작은 자신이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것을 분해했으며 중앙에 대한 불만이 많아 "특히 궁내성 관리가 조선 병합으로 작위가 오르거나 훈장을 받는 것은 관세를 받아 챙기는 것과 같다!"고 매도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데라우치 백작 역시 조선 병합 덕분에 내각 조직 비자금을 축적할 수 있었고 자신의 조슈벌 계통 관리들에게 예외적인 은상을 베풀었으므로, 그다지 적은 포상을 받았던 것은 아닌 듯하다.
한편 칙사는 앞뒤로 기병 2개 소대의 호위를 받으며 위풍 당당하게 창덕궁에 도착하였다. 왕 전하(순종)는 인정전 중앙에 놓인 금빛으로 빛나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칙사는 서쪽에 왕 전하는 동쪽에 자리하셨다. 당시 인정전 안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엄숙한 기운이 감돌았으며 모두들 극도로 긴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광경은 지금까지도 눈앞에 선하여 오래도록 잊지 못할 만큼 심각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왕 전하도 깊은 침묵 속에 계셨고 칙사도 침묵 속에 있어, 양측 수행원들은 기침소리 하나 못 내고 마치 석상처럼 숨 죽이고 있었다. 그때 칙사가 입을 다문 채 정중하게 금빛 바탕에 국화 문양이 빛나는 길이 약 1미터, 폭 약 10센티미터 정도 되는 상자에 가져온 조서를 꺼내 전하께 올렸으며 전하는 이를 받아 서로 장중한 경례를 교환하는 것으로 모든 상황은 종료되었다. 그 사이에 어떤 말 한마디도 오고감이 없이 마치 무언극처럼 단지 엄숙하였다는 말밖에 달리 형언할 수 없는 말을 찾을 수 없었다. 식을 마친 뒤, 샴페인 잔을 올렸으나 이때에도 여전히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다.망국의 군주가 허울뿐인 작위를 받는데 말할 기분이 들겠냐 칙사가 돌아갈 때 왕 전하는 이번에도 현관까지 배웅하셨다.
당시에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근접한 시기의 인정전 내부를 담은 사진
현재의 인정전 내부 모습
그러고 나서 30분 뒤, 전하는 답례로 칙사의 숙소인 총독관저를 방문하셨다. 이 때 의장을 어떻게 갖출지 문제가 되었으나, 이때에 한하여 대한제국 황제로서 의장을 갖추기로 하였다. 새하얀 깃털로 덮인 영국식 군모에 파란 웃옷, 빨간 바지를 입은 화려한 기병이 앞뒤에서 호위하였고 금색 배꽃 문양이 빛나는 황제 깃발이 마차의 선두에서 펄럭였다. 당시 하늘은 약간 구름이 끼어 비가 조용히 내리기 시작하였다. 이는 황제로서 행차하는 마지막 의장행렬이기도 하였으므로 궁중의 내시와 상궁들은 비장함이 감도는 가운데 눈물로 의장행렬을 배웅하였다.
황제의 행차를 호위하는 대한제국 기병대
당시로부터 1년 뒤인 1911년 통감관저를 방문한 순종의 행차 사진
나(저자 곤도 시로스케)는 지금 신문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나, 당시는 궁내관이어서 많은 신문 기자들을 상대해야 하였다. 이날 『오사카 마이니치 신문』의 나라사키 게이엔 기자와 일행이 찾아와서 조서 전달식 광경을 질문한 다음 그 장소를 보여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 내가 지금 그 중요한 장소를 공개했다가 나중에 문책을 받을까 두려웠으나 나라사키는 오랜 친구이고 그 요구가 갑작스런 것이었기에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한일병합을 축하하는 일본의 엽서, 왼쪽이 순종 오른쪽이 메이지 덴노
나는 서행각을 돌아 모두를 전달식장인 인정전 안으로 안내하였다. 나는 테이블과 의자 배치가 아직 그대로 남아 있는 곳으로 가서 당시 모습을 자세하게 설명하였으며 동행각에 이르러 왕 전하와 칙사가 서로에게 권한 샴페인 잔에 아직 남아있는 거품까지 보여주었다. 그때 일행 모두 참으로 감계무량한 모습으로 침묵하고 있었고 설명을 하고 있는 나 역시 일이 잘 진행되어 크게 만족하고 있었다. 그후 내외 신문을 보니, 이 장엄한 광경이 대단히 아름답게 극화되어 평화와 영광 속에 행해진 병합의 마지막 장이 유감없이 보도되어 있었다. 다만, 미국의 신문에 일본 군인이 검을 빼들고 왕관을 빼앗는 듯한 모습을 담은 어이없는 삽화가 실리는 정도로 보도되는 데 머물렀다. (다음편에 계속)
아마 이런 삽화들을 보고 빡치신 듯
대한제국 황제에서 창덕궁 이왕으로
1910년 9월 1일, 일본은 순종을 이왕에 책봉하게 돼. 일본 제국의 황제(천황/덴노)와 대한제국의 황제의 관계에서 황제로부터 왕의 직위를 '하사' 받는 관계로 추락하고 만거야. 일본의 식민지 조선에선 고종은 상황에서 이태왕으로, 대한제국 황제였던 순종은 이왕, 황태자도 왕세자로 각각 황제의 격식에서 왕의 격식으로 격하되고 만 것이지. 마치 삼국지에서 위나라에게 항복한 촉나라 황제 유선이 안락공에 봉해지고 진나라에 나라를 바친 오나라 황제 손호가 귀명후의 작위를 받은 것과 비슷한 처지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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